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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는 예술은 자신의 실존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구도의 과정”
2020년 09월 06일 (일) 01:55:3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예술이 가진 힘’은 인간을 사유하고 창조하게 하는 것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예술이란 것은 어딘가에 매이지 않고 늘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신선한 모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다가왔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예술적 경험은 예술가적 사유 방식의 경험이다. 예술가는 그동안의 인식의 틀을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상상하고 창의적 대안을 작품에 녹인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작품으로 질문한다. 예술을 미학에만 가두지 않고 예술이 특별하게 존재해야 된다고 주장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정신적 자유를 준다.

일상의 편린과 내면 풍경을 고차원적인 예술로 승화
작가 이정아는 추상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우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일상의 편린과 내면 풍경들을 고차원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이 작가는 그리고자 하는 풍경을 몽상으로 꿈꾸는 시간을 대신하여 방호복과 방독면으로 무장하고 그라인더와 샌딩머신 등의 장비를 갖추고 금속평판과 대면하여 보석을 채굴하듯이 거칠지만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수행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빛나는 결과물들을 얻어낸다. 이러한 그의 그림을 이루는 기저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층위로 되어 있다. 우선 평면의 금속판 재료가 지탱하는 실재적인 층위와 그 위에 얹히는 두 번째 안료의 층위, 그리고 안료에 뒤덮여 매몰된 바닥을 뚫고 솟아나는 질료의 숨겨진 속성이 빛을 말하는 잠재적 층위이다. 각각의 층위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으면서 서로 함께 맞물려 총체적인 풍경을 조성한다. 특히 완성된 풍경을 떠도는 빛은 혼돈을 찢어내고 그 틈으로 열리는 새로운 차원의 출구다. 이러한 몽환적인 풍경 위에 그라인더가 번개처럼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표면을 통해 금속판은 자신의 물성을 아주 잠깐 드러내어 보인다.

▲ 이정아 작가

이정아 작가의 그림에서 색면(色面)은 그대로 풍경의 기층이 되기도 하고 비어있는 공간적 여백이 되기도 한다. 서양화에서 공간은 오랫동안 형상의 구축을 위해 희생되어왔지만 추상표현주의와 색면추상에 이르러 그 회화를 구성하는 사각의 창으로부터 스스로 솟아나는 자발적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이에 더하여 작가의 공간은 바닥을 이루는 금속판으로부터 나타나는 빛의 효과를 과감하게 차용함으로써 화면의 바닥과 표면을 하나의 평면에 아우르고 확장한다. 이로써 그의 회화에서 공간은 물질성이 비물질성으로 이행하는 자리가 된다. 그것은 새로이 생성되는 살아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작품은 마치 앗쌍블라주 작가인 알베르토 부리(Alberto Burri)를 연상시킨다. 부리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 작가의 작업도 지지체의 구조 자체로부터 비롯되는데, 견고한 바탕은 균질화된 평면 위에다 모델링 페이스트와 거즈, 모래 등을 부착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때로는 오브제를 부착하여 실재감을 키운다. 헛개나무와 꾸지나무, 골판지와 하드보드 등의 실재물은 잔잔한 표면에 파문을 일으켜 활력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상의 무늬와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다
“결국 예술은 진리를 찾는 일이며 예술가에게는 자기 인정욕구를 넘어 선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자 구도의 과정이다. 철학가들 모두 다른 접근 방식으로 현대의 미학을 말한다. 그러나 그 종착점에 결국 진리가 존재한다.” ‘존재에의 헌사’를 통해 평범하였든 특별하였든, 슬픔에 젖은 날이든 환희에 찬 날이든, 빨리 잊고 싶은 날이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뜻 깊은 날이든 모든 나날들이 우리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날임을 환기시키는 작가 이정아.  <코스모스>, <유니버스>, <퍼시픽> 등의 그라인드 드로잉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가 이정아의 화면은 독특한 질감이 매력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비스러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또한 강렬한 원색이나 거친 행위들은 실재의 정념들을 퍼 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자아의 현존을 언급하고 있거니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한 감정들의 단면을 엿보게 해준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겪고 느꼈던 일들의 감상이랄까 소회의 편린들을 추상적인 조형언어로 실어내는 셈이다.

이 작가의 예술은 일종의 낙서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이 순간에 집중하여 일상의 무늬와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육화된 삶이 소중하다는 누누이 강조되어온 전통적인 인식의 확인일 것이다. 특히 그의 화면에서 빛들은 색채의 풍경으로 가득 채워진 세계를 비집고 여기저기서 새어 나와 광채를 발한다. 그것은 어둠이나 혼돈을 헤치고 밖으로 향하는 내적인 힘이다. 이는 아마도 작가의 내면이자 동시에 질료가 간직하고 있는 숨겨지고 잊혀진 힘일 것이다. 그 빛을 준비하기 위해 작가는 우선 천지창조와도 같은 혼돈의 카오스를 그려낸다. 이따금씩 그러한 혼돈을 뚫고 올라오는 빛, 또는 광휘는 앙리 말디네(Henri Maldiney)의 표현처럼 응고된 빛이 아니라 방사(放射)하는 빛이다. 그러한 빛은 안으로부터 새어 나와 밖으로 점점 환하게 퍼져가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바로 작업을 통해 작가가 살고자 애쓰는 살아있는 빛의 시간, 바로 작업을 통해 작가가 살고자 애쓰는 살아있는 빛의 시간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 후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정아 작가는 제3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제13회 국제종합예술대전 대상, 2018 도쿄국제공모전 초대작가상 외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성남아트페어, 서울아트쇼, 미국 뉴욕 및 벨기에 브뤼셀 어포더블 아트페어, 프랑스 칸 아트페어, 싱가포르 아트페어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이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성남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8월28일부터 오는 9월3일까지 갤러리내일, 10월23일부터 11월5일까지 하남스타필드 작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NM

▲ 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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