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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은 기술을 이어 나아가는 정신으로 승화된 국가의 보물
2020년 09월 04일 (금) 02:15:26 김정은 기자 kje@newsmaker.or.kr

과거 우리 조상들에게 있어 서화(書畵)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기본 소양 중 하나였다. 때문에 붓은 깊이 학문하는 사람이라도 아니라도 웬만하면 갖춰야할 필수품이었다.

김정은 기자 kje@

붓은 먹, 벼루, 종이와 함께 문방사우(文房四友)로 불린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필법이 차츰 사라지고 붓도 점점 잊혀져왔다. 수십 년간 인사동 거리를 지켜왔던 필방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중이다.

▲ 김진태 관장

우리 붓의 역사와 전통 보존 위해 평생 바친 장인
“장인이 되기 위함이 아니요, 유명세를 얻고자 함도 아니었다. 짧은 가방끈이 짐이 되지 않도록 오로지 모필에 대하여 연구했다.” 호산 김진태 호산붓박물관장의 행보가 화제다. 우리 붓의 역사와 전통의 보존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장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진태 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당시 의원 2,700여명이 사용한 붓을 제작했으며, 지금도 정·관계인사와 유명인사 그리고 국빈 등 외국사절의 방한 때 기념휘호에 사용되는 붓을 성심을 다해 제작하고 있는 인물이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붓글씨를 배울 스승을 소개받기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운담 신흥택 선생과 이왕가의 마지막 필장 강흥복 선생의 모필 제작에 반해 그 길로 입문하여 두 선생에게 전수를 받았다는 김진태 관장은 운담 선생의 신임을 얻어 제자가 되기 위해 10년간 무임으로 일하기도 했다. 스승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모필의 재료를 가지고 스스로 붓을 만들었던 것이 그의 모필제작이었다. 이러한 김진태 관장의 열정에 감복한 운담 선생은 그에게 본격적으로 모필 방법을 전수했다. 운담 신홍택 선생으로부터 모필제조법을 전수받은 이래 55년의 오랜 세월동안 붓 제작의 외길을 걸어온 김진태 관장은 한국의 것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붓 제작 기법을 습득한 김 관장은 이후 한국문화재보호협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및 장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국관광민예품경진대회 입선, 사단법인 전통공예기능보존협회 전통공예대전 은상, 한국전통예술협회 한국전통공예대전, 중소기업진흥공단 88올림픽 전국공예품경진대회 입선, 서울특별시·KBS ‘서울 600년 문화상품경진대회’ 장려, 서울특별시 서울공예상공모전 장려,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선, 한국전통공예대전 금상 등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붓 제작 장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와 아울러 김 관장은 활발한 연구활동도 수행했다. 근래에는 수많은 붓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붓의 제조과정이나 붓의 전해, 붓의 역사에 대한 것은 수많은 문헌을 참고해야만 조금 알 수 있을 뿐 집중적인 연구와 재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 이에 김진태 관장은 일본 히로시마 가와지리 <모필연구>와 한·중 모필제조기술 교류에 참여한 것은 물론 국내에 문방사우 초청전시회를 수차례 참여하며 역량을 발휘해왔으며, <동양화란 어떤 그림인가>의 제작사진 및 자문 제공 및 <문방사우 특별 초대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진태 관장은 무형문화재 모필장(毛筆匠)으로 추천되어 있는 상태다.

전통 붓의 명맥 계승 위한 사명감으로 박물관 운영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평생을 모필 제조에 정열을 쏟아온 장인으로 평가받는 김진태 관장. 그는 지난 2011년 인사동 문화거리에 호산붓박물관을 개관했다. 붓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화, 서예 작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재료 공급과 더불어 우리 문화의 우수성, 역사를 알림으로써 우리 전통 붓의 명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김진태 호산붓박물관장은 “중국과 일본을 다니며 붓의 제작법을 습득하고 역사를 익히는 동안 일본의 많은 개인박물관, 중국의 붓 박물관 혹은 문방사우 관련 박물관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민속박물관 등에서 생활물품 중의 하나로 잠깐 소개될 뿐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붓을 소개하고 종이와 먹, 벼루를 다루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개관 배경을 밝혔다. 이후 붓을 만드는 것 외에도 사재를 털어가며 틈틈이 문방사우와 관련된 중국과 일본의 것을 포함한 벼루, 먹 등을 1,000여 점이 넘게 수집한 그는 호산붓박물관을 통해 우리 붓의 역사와 전통의 보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은 김 관장이 제작한 작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전통 붓의 문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모필 제작법을 전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학문적 연구가 전무한 시절부터 지금껏 수백 명의 제자를 양성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눌려 값싼 중국산 붓이 들어오면서 경제적 이유로 그만두는 제자들이 많았던 것. 지금은 그의 아들이 호산박물관에서 김진태 관장의 기술을 전수받는 일에 매진하고 있어 더없이 든든하다고. 김진태 관장은 “나만이 알고 있는 것은 나의 것이지만, 후대에 전파할 때 그것은 국가의 자산이 된다. 수백 명의 제자를 양성했지만, 고된 장인의 길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흔치 않다”면서 “다행으로 내 자식에게 전수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이 다할 때까지 그것이 면면히 이어질 줄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장인의 정신은 잘 만드는 정신이 아닌 전수하고 기술을 이어 나아가는 정신으로 승화된 국가의 보물이다”면서 “앞으로 후계자뿐만 아니라 기회 있을 때 마다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붓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서예공부를 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과 붓의 재료와 작품과의 관계 및 재료학 강의를 하며 모필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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