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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강철비2’인가? 상호보완적인 속편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020년 08월 07일 (금) 14:19:23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 중인 분단국가인 남과 북. 북한 수뇌부를 중심으로 남북 분단의 현실을 담아내 흥행에 성공한 2017년 <강철비>에 이어 <강철비2: 정상회담>이 7월 29일 개봉된다. 영화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 사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을 위기 상황을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등 연기력을 겸비한 네 배우의 공존과 대결을 통해 실감 나게 펼쳐진다.

신세영 기자 syshin@

▲ 강철비2 포스터

양우석 감독은 감독 데뷔 이전부터 언제나 동시대성을 가진 쉽지 않은 소재에서 극적인 재미와 생생한 캐릭터, 돌아서서 생각해 볼 잔상과 여운까지 남기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였다. 2011년 웹툰 ‘스틸레인’의 작가로, 북한 쿠데타 발생 및 이로 인한 전쟁 위기. 현실보다 한발 앞서 그린 김정일의 사망까지 웹툰의 틀을 깨는 스케일과 실감나는 묘사로 1000만을 넘는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3년 감독 데뷔작인 <변호인>으로 돈만 쫓던 평범한 세무 변호사의 각성과 변모를 통해 천만 관객의 가슴 속에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잊을 수 없는 대사를 남겼다. ‘그게 되겠어?’라는 세간의 선입견과 걱정이 무색하게 민감한 소재지만 언제나 극적 재미를 갖춘 이야기 속으로 독자와 관객을 저항감 없이 끌어들였던 그는 다음 영화인 <강철비>를 통해 마침내 감독이 되기 전부터 웹툰을 통해 독자를 만나왔던 한반도 문제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웹툰의 좁은 스크롤과 평면을 벗어나 스크린 위에 입체적으로 펼쳐진 남북 철우 사이의 있을 것 같지 않던 우정과 스케일 있는 액션을 통해 남북의 평화, 공존으로 가는 길을 모색했고, 어렵다고 외면했던 ‘북핵 문제’를 영화의 오락적 재미와 함께 우리의 문제로 한발 가까이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분단체제의 극복과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참모도 통역도 떼어내고, 빠져나갈 길 없는 공간에 정상들이 함께한다면 어떻게 될지’라는 전제 하에 공식 정상회담의 이면에 감춰졌던 인간적인 매력과 블랙 코미디적 순간으로 가득한 진짜 정상회담을 보여준다. 남북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난감함과 무력감,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통령 역의 정우성. 단순한 악역이 아닌 신념을 가진 애국자로 다시 한번 진가를 입증한 곽도원. 북 지도자의 전용 헤어스타일인 올백 머리와 북한말과 영어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준 유연석,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입에 달고 있으면서 배고프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자기중심적인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앵거스 맥페이든. 언제 터질지 모를 핵잠수함 안에서 충돌과 갈등, 화해를 오간 연기를 한 이들 네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정상회담 실컷 하시라고 핵잠수함 안으로 모셔 보았다’는 양우석 감독의 의도가 캐릭터 드라마의 훌륭한 재미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 양우석 감독

분단물의 최종 진화 표방한다
강철비의 영어 제목인 ‘STEEL RAIN’은 실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의 별칭이다.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남북을 둘러싼 정황이 언제든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중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 제목을 붙였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여느 속편과 달리 줄거리도 주인공도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강철비>와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라는 문제의식, 북한 내 쿠데타로 인한 전쟁 위기라는 출발점을 같이 한다. 그러나 전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보통의 속편과 달리, 중국이 패권국가로 급부상하면서 심화된 미·중 갈등의 한가운데에 휘말린 한반도라는 확장된 시야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체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강철비>와는 상호보완적인 속편이라 부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강철비>가 판타지에서 리얼리티로 나아간 변화구라면, <강철비2: 정상회담>은 리얼리티에서 시작해 판타지로 나아가는 돌직구라는 말로 두 영화의 연결성을 말할 수도 있다. 북한 내 쿠데타가 <강철비>에서는 북한 내부 강경파의 단독 결정이었던 것과 달리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일본과 뒤얽혀 일어난 정변이라는 점도 <강철비2: 정상회담>의 확장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북미 평화협정을 위한 정상회담에 초대는 받았지만 우리가 사인할 곳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양 극단의 북한과 미국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하느라 애쓰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여실하게 보여진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으로 시작된 이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공동경비구역 JSA> 등, 언제나 남과 북, 어느 측의 주인공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공식을 탈피해 남과 북이 서로를 적이 아닌 존재로 인정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분단물의 최종 진화를 표방한다.

북한 최초 전략 핵잠수함 ‘백두호’, 남·북 분단 상징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북한이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가졌다는 전제 하에 남북미 정상을, 최초의 북 핵잠수함 ‘백두호’ 안으로 데려간다. 쿠데타 세력과 남북미 정상이 억류된 함장실을 중심으로 양분된 잠수함 내 구도는 영화 속에서 분단된 한반도를 상징한다. 군사적으로도 설득력 있고 리얼한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양우석 감독은 양홍삼 미술감독과 함께 북한이라면 러시아 잠수함을 모티브로 자주적인 변형을 가해 만들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자료를 수집했다. 그 상상은 올해 5월, 북한이 신포항에서 진수 중인 잠수함이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일 것이라는 군사전문가들의 예측으로 현실화됐다. 잠수함 내부 장치의 기능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잠수함장으로 복무했던 김용우 전 함장이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물론, 촬영 기간 내내 촬영장에 상주하며 일일이 감수했다. 실제로 잠수함에 납품하는 진해의 군수공장에서 잠수함 내 장치들을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디테일의 리얼리티를 완성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독도 앞바다 앞, 잠항해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과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을 받아 함내의 사람들이 균형을 잃는 장면 등은 해상 선박 촬영을 할 때 만들어지는 보통의 짐벌이 아닌, 잠수함의 특별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짐벌(Gimbal)을 별도 제작해 잠수함 내외부의 액션을 박진감 있게 구현했다. 세트 제작에만 꼬박 두 달여, 20억이 투입된 ‘백두호’. 잠수함 구조뿐 아니라 승조원 역 배우들의 행동 양식과 생활 방식까지 세세하게 자문해 준 김용우 함장은 이들이 당장 잠수함 승조원으로 복무해도 될 정도라는 합격점을 매겼다. 소노부이(음파탐지부표), 능동소나(음파 레이더), 기만 어뢰, 폭뢰 등 잠수함전에서 실제 사용되는 다양한 장치들이 동원되는 수중 잠수함 액션 또한 꼼꼼한 자문을 거쳐 완성됐다. 한일의 영토 분쟁이 걸린 독도 앞바다 속 한국과 일본, 미국 잠수함이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긴장감을 가르며 나아가는 ‘백두호’의 여정은 여태껏 보지 못한 잠수함전의 신기원이다.

Q. 작품을 기획한 계기가 있나?
- 해외의 정치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은 전쟁, 북의 내부 붕괴, 평화적인 비핵화, 한국의 핵무장에 의한 핵 균형으로 인한 평화. 이 넷 중 하나라고 보았다. <강철비> 시리즈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민과 해외 전문가들의 논거에 입각해서 내어놓은 이야기다. 연출을 시작하면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숙제, 대북문제와 북핵문제였다. 이 문제들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드리는 것이 영화 연출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고 <강철비>, <강철비2: 정상회담>을 만들게 됐다.

Q. 전작에 비교해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 한반도가 갈 수 있는 길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드린 거라고 생각한다. <강철비>가 전쟁과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이슈들을 다뤘다면, <강철비2: 정상회담>은 북의 내부 붕괴와 평화적인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 면에서 두 작품이 상호보완적이다. 다만 기존의 속편들에서 주인공들이 같은 배역을 연이어서 하는 것과 달리 <강철비>에서 한국 측이었던 분들과 북한 측이었던 분들이 이번엔 남과 북의 진영을 서로 맞바꾸었다. 남북이 서로 입장을 바꾼다고 해도 한반도 문제는 우리 의지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표현하기 위해 두 작품의 인물들의 진영을 바꿔 캐스팅했다.

Q. 후속편의 강점은 무엇인가?
- 30년 전 미소 냉전에서 시작된 남북분단은 미·중 대격돌 시대의 한가운데 껴버리면서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달라진 시대, 한반도의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강철비2: 정상회담>은 스릴러적 요소, 잠수함 액션,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갖춘 영화적 재미를 통해 더 이상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분단과 대결을 우리 의지로 종식시키고 평화로 이끌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낯익고 연기 잘 하는 배우분에게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를 보실 수 있다는 점이다.

Q. 영화 주요 배경을 잠수함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 동해는 전 세계에서 잠수함이 가장 많은 바다다. 대한민국은 물론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 등 각국의 잠수함들이 누비는 한반도의 고요한 바닷속은 육지보다 더욱 위험한 전장이 될 수도 있는 공간이다. 레이더로도 위성으로도 탐지할 수 없는 잠수함은, SLBM을 갖춘 핵잠수함의 경우 가장 위험한 전략무기인 동시에 그 내부는 역설적으로 가장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다. 기존의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들과 달리, 면밀한 고증을 통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잠수함을 구현하고자 했다.

Q. 잠수함 제작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강철비2: 정상회담>의 잠수함 세트장을 봤을 때 실제 잠수함을 건조한 것처럼 했다. 영화 속 수중에서 어뢰가 폭파되는 장면은 눈앞에서 현실을 보는 것 같았고, 잠수함이 어뢰 공격을 회피하는 전술은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선사한다. 수중 전투신은 실제 잠수함 전술에서도 실현될 정도로 리얼하다. 관객들도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Q.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많이 고민했다. 잠수함 내부 장면은 때로는 분단된 한반도처럼 보이게끔 해봤고, 때로는 별것 아닌 것 같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은유와 해학을 표현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도록 했다. 중국과 북 쿠데타 세력의 내통, 일본과 미국의 사전 결탁까지 공식 회담장에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세 정상이 뜻을 합치는 과정은 복잡한 동북아 질서와 남북문제 이전에 갈등과 화해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예상 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미디어를 통해 보아왔던 정상회담의 모습은 회담 준비 과정의 우여곡절이나 회담장의 물밑 신경전은 다 생략된 채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등 연출된 것이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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