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복식부기와 같은 ‘사개송도치부법’이라는 우리 고유의 치부법(회계장부의 기록 및 유지ㆍ보관)이 1916년 현병주에 의해 출간 되었다.  한국회계학의 정립과 발전에 많은 기여와 공헌을 해온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의 조익순 명예교수는 이미 1968년에 사개송도치부법에 관한 실증적 연구의 첫 시도로 1899년에서부터 1905년까지의 ‘대한천일은행의 회계문서’를 분석하였고, ‘사개송도치부법 전사(前史)’ 및 ‘조선시대 회계문서에 나타난 사개송도치부법의 발자취’란 저서에서는 그 실증분석의 대상범위를 더욱 확대하면서, 현병주의 저서가 출간된 1916년 이전의 옛 회계문서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연구를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복식부기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
회계장부에 기록한다는 뜻의 ‘부기’는 회계거래의 이면성을 인식하지 않으며 거래를 계정(計定)에 단 한번 기록하는 단식부기와 회계거래를 계정에 이중으로 기록하는 복식부기로 구분된다. 조익순 교수는 “복식부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의 뜻과 그 유기적인 관계 및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항상 ‘자산=부채+자본’이라는 공식과 자본의 증감에서 손익의 증감에 의한 부분을 구분하여 기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울러 거래의 분개, 전기, 계정계산, 결산과 보고라는 복식부기의 기본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기존의 연구들
과거에 사개송도치부법을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들은 일본의 회계학자들이었다. 어떤 학자는 사개송도치부법이 서양의 복식부기보다 200년 앞서서 창안된 것으로 소개하는가 하면 다른 학자는 서양의 복식부기를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그 내용은 각양각색이었으나 대부분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1945년 이후에 발표된 한국회계학자들의 연구들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대부분의 연구가 구체적인 증거가 뒷바침 되지않은 추론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사개송도치부법의 기원에 관한 여러가지 설이 난무하고있는 실정이다. 

우리 고유의 복식부기 치부법의 뿌리를 찾는 일은 철저한 실증을 전제로 계속되어야
“입수가 가능한 현재까지 국내에 존재하고 발견된 회계문서들 뿐만 아니라 일본 그리고 북한에 있는 우리나라관련 회계문서 및 기록들을 철저히 분석하였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국내외의 회계기록을 찾는 일에 몰두 하고 있다.”는 말씀에서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느낄수 있었다. 조익순 교수는 “우리나라 어느 문중의 고문서인 ‘족계용하기(族契用下記, 1741년~1828년)’는 우리나라의 사문서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회계문서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는 문서이나, 이를 자세히 분석·검토해 보면, 회계적인 상식인 복식기입의 정의(모든 거래는 차변과 대변에 같은 날짜에 동일한 화폐단위나 측정단위로 기입되어야 한다)에 비추어 볼 때 복식기입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문서라고하는 일부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북한에 현존하는 오래된 조선시대 회계문서의 기록과 관련하여 “1786년부터 기록된 조선시대의 회계문서 중 타급장책(他給長冊)과 외상장책(外上長冊) 등 총 11개의 문서를 검토한 결과 완전한 사개송도치부법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1786년부터 이미 비현금거래를 차변과 대변을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었고 사개송도치부법이 가졌던 장부 중 두 개의 장책(타급장책, 외상장책)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 장책기록이 분개장으로 이용되던 일기장으로부터 전기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회계기록도 복식부기의 체계를 완전하게 갖춘 사개송도치부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일본 신호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일기제이(日記第二)와 외상·타급장책(外上·他給長冊)을 들어 “일본 회계학자들이 송도치부법의 근원을 찾기 위하여 우리나라에서 수집하거나 필사하여 간 것의 일부로 치부연도가 1850년대인 옛 회계문서다. 일기제이는 분개장이고, 이 일기를 전기한 원장이 타급장책이다. 이 회계문서에는 일부 거래의 분개를 제외하면 완전한 복식기입의 체제를 갖추고 있으나 손익계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완전한 복식부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우리은행이 소장하고 있는 대한천일은행(大韓天一銀行) 회계문서를 들어 “1899년부터 1905년까지 기록된 이 회계문서의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옛 회계문서 중 사개송도치부법과 같은 복식부기의 체제를 가장 완전하게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서양의 복식부기와 비교하여 별로 손색이 없다”며 “분개, 원장에의 전기, 복식 기입, 대차평균의 검증 및 결산절차를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그 당시 이미 일본에 도입되어 있던 서양식 복식부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까지의 나의 연구로는 우리의 복식부기가 서양의 복식부기(1494년)보다 앞선다는 결론을 얻을 수 없었으나, 철저한 실증을 전제로 계속해서 연구하다보면 그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후학들의 연구에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 엿보였다.
부산대학교 상학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미국 Washington University에서 수학,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 교수는 고대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한국회계학회장, 한국경영학회장, 한국공인회계사회장, 국세심판비상임심판관을 역임하는 등 한국 회계학계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다. 8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칠줄 모르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열정을 보면서, 학계 및 재계를 망라한 수많은 제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으로 평가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