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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에 따른 고용충격 본격화에 선제적 대응 가능할까
정부, 고용안정망 확충 위해 추경 예산 30% 규모 배정
2020년 07월 06일 (월) 23:28:58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긴급 일자리 55만개 창출 등 고용안전망 확충을 위한 3차 추가경정(추경) 예산으로 총 10조원 이상을 배정했다. 이는 전체 추경 예산 30%에 달하는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 본격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6월3일 정부가 공개한 3차 추경안에 따르면 전체 예산 35조3000억원 가운데 9조4000억원(26.6%)이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사업으로 편성됐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대규모 국책 투자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일환으로 고용안전망 강화 사업 1조원(2.8%)을 배정했다.

전국민 대상 고용안정망 구축에 9000억원 편성
3차 추경안 중 한국판 뉴딜을 위한 고용안전망 강화 핵심사업은 5개가 선정됐다. 정부는 우선 전 국민 대상 고용안전망 구축에 9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예술인·특수고용직(특고)까지 확대하는 데 8000억원, 산재보험 특고 종사자 적용 확대에 1000억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올 7월부터 내년까지 방문강사, 방문판매원, 돌봄종사자 등 특고 종사자의 단계적인 산재보험 적용 확대에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각각 11월 도입과 연말 입법을 앞둔 예술인·특고 고용보험을 위해서는 보험료 지원(두루누리사업)과 구직급여 지급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보완을 위해 특고·자영업자 대상 ‘긴급 고용안정지원금’(114만명, 0.57조원) 지급 예산을 편성했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앞서 예비비 9400억원으로 지난 6월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이후 2주 내 1차분(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3차 추경 통과 후 2차분(5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고용보험에 미가입한 저소득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취업지원제도 예산은 2조원이 배정됐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종사자 연간 50만명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게 된다. 이밖에 ▲미래적응형 직업훈련 체계 개편(22년까지 0.62조원) ▲산업안전 및 근무환경 혁신(22년까지 0.4조원) ▲고용시장 신규 진입 및 전환 지원(22년까지 0.5조원) 등 핵심사업이 편성됐다. 코로나19 고용충격 대응 8.9조원은 지난 4월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총 10조원 규모 고용대책을 뒷받침하는 재원이다. 고용유지를 위해 무급휴직 요건완화 등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58만명, 0.9조원), 휴업수당 융자와 노사협약 사업장 임금감소분 지원(0.1조원)도 하게 된다. 정부 직접일자리도 창출한다. 각각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청년 디지털 일자리, 특별채용 보조금 일자리 등 55만개 긴급 일자리 공급(총 55만명, 3.6조원) 사업이다. 실업자 지원은 직접일자리 다음으로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실업자 구직급여 확대(49만명, 3.4조원)와 취업훈련 강화를 위한 내일배움카드 확대(12만명, 0.1조원)에 3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밖에 저소득층·취약계층 안전망 강화 0.5조원은 기존 복지를 강화하는 용도다.

정치권선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논쟁 가열
정치권에서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붙인 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3일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며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론화했다. 이튿날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정치권의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대권주자이자 당권 도전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 우선돼야 할 것은 전국민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라며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의 전도”라고 기존의 복지체제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당장 닥친 코로나 위기에서 기본소득 지급은 대증요법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기본소득은 '코로나 이후'라는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특수고용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포함해 자영업자에까지 고용보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앞서 지난 6월4일에도 “우선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및 실업 부조와 같은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해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여권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경기도민에 지급한 재난지원금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17년 대선 공약으로도 기본소득을 제안한 바 있는 이 시장은 지난 6월8일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가며 증액하면 된다”며 “우선 연 20만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목표로 연 50만원을 지급한 후 경제효과를 확인하고 국민의 동의를 거쳐 점차 늘려가면 된다”고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이 더욱 정의롭다는 주장으로 같은 광역단체장인 이 지사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6월7일 페이스북에 “무엇이 더 정의로운 일일까.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도 매월 5만원,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따박따박 받는 대기업 정규직도 매월 5만원을 지급받는 것이냐,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8일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원론적 수준이지만 압도적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는 이 의원이 가세함에 따라 기본소득 논쟁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011년 무상급식 파동 당시 선별복지를 외치며 시장직을 걸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논쟁에서도 대체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선별지급을 기반으로 한 ‘안심소득’이 기본소득의 대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저소득층에 차등 지원하되, 일정 소득 이상엔 지원하지 않는 안심소득이 도입돼야 한다”며 “안심소득을 도입하면 증세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월4일 “복지 욕구별, 경제 상황별 맞춤형 한국형 기본소득제도가 필요하다”며 “‘K-기본소득’ 도입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선 재난과 당장 상관없는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에게까지 빚을 내 무차별적으로 지급했다고 비판했다. 청년·노인 등 연령별 그리고 계층별 차등 지급을 시사했다는 면에선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구상하는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 본래 정의에선 비껴간 안철수식 융합형 대안의 하나로 분류된다. 무소속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본소득 도입안에 대해 여야 잠룡 중 유일하게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경제민주화가 헌법상 원칙인 자유시장 경제를 제치고 원칙인양 행세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 논의 되고 있는 기본 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홍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보수진영 잠룡들이 변형된 기본소득안을 들고 나온 데 비해 홍 전 대표는 ‘사회주의 배급제도’에 빗대 강력 비판한 것이다. 여권 일부에선 ‘색깔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홍 전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현실적인 방안 마련 주문
연일 정치권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두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국민 고용보험’ 목소리가 정치적인 수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도덕적 해이’, ‘자영업자의 낮은 가입률’, ‘재원의 형평성’ 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보험 전면 확대 주장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며 국회에서 몇몇 걸림돌을 해결하지 못해 좌절됐기 때문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특고 노동자·예술인에게까지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반쪽짜리 법안으로 통과된 바 있다. 약 166만명의 특고노동자는 빠지고 오직 5만여명의 예술인에게만 고용보험이 확대됐다. 게다가 2년 동안 9개월 이상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조건을 채울 수 없는 ‘무명’ 예술인들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 전면 확대’ 방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 이유로 ‘도덕적 해이’ 문제를 꼽았다. 플랫폼 노동자·보험설계사 등은 이직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근무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고용보험을 악용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 근로자들은 회사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근무자가 왜 퇴사를 했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는 그런 부분이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자발적인 실업인데도 보험금을 타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금을 한 번 타게 되면 자기부담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5.1%에 달하는데 이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0.4%(2019년 12월 기준)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높은 조기 폐업률이 낮은 보험 가입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몇 년간 영업을 해야만 실업급여 요건이 충족된다”며 “자영업이 6개월 이내에 문 닫을 확률이 3분의 1은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보험을 들 수 있는데도 들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와 나눠 부담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프리랜서 등은 고용 보험료 전액을 내야 한다. 이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방식이 얘기되고 있지만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보통 고용보험이면 고용주가 일부분을 부담하지만 자영업자·프리랜서는 고용주가 없거나 정해져 있지 않다”며 “자영업자·프리랜서의 보험료를 국가가 보조해주는 건 일반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합리적으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고용보험 확대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고 노동자·프리랜서·저소득 자영업자는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전국민 고용보험의 취지는 인정하더라도 현실적인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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