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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막걸리 살인사건 모티브… 얽히고설킨 진실 공방전
“여성 서사 중심, 남성 추적극과 다르다”
2020년 06월 05일 (금) 15:42:05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그때 그사람들>, <사생결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걸출한 감독들의 작품에서 조감독 생활을 거쳐 단편 연출작 <스탠드 업>으로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준비된 신인의 면모를 보인 박상현 감독. 그가 <결백>으로 장편 영화 데뷔에 나선다. 신문 기사를 통해 사건을 접한 후 <결백>을 처음 구상하게 됐다는 박 감독은 기억을 잃은 채 살인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딸의 고군분투라는 강렬한 스토리에 흡입력 있는 드라마를 더해 몰입감을 높였다.

신세영 기자 syshin@

무죄 입증 추적극 영화 <결백>은 평범한 시골 농가의 장례식장, 농약을 탄 막걸리를 마신 마을 주민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급성 치매에 걸려 조문객 맞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남편의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던 ‘화자’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고향집과 발길을 끊고 지냈던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인 딸 ‘정인’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엄마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를 이어간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변호해야 하는 ‘정인’, 마을 사람들은 ‘화자’를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하며 그녀를 경계한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조사하던 ‘정인’은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권력의 중심에 서있는 ‘추시장’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감추려 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엄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들과 맞서기 시작한다. <결백>은 ‘정인’이 사건을 추적해감에 따라 ‘추시장’과 마을 사람들은 물론 엄마 ‘화자’까지 주변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며 극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엄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전할수록 드러나는 인물들의 과거와 그날의 기억조차 희미한 ‘화자’의 알 수 없는 표정은 엄마의 결백을 믿고 싸우는 ‘정인’은 물론 관객들에게 혼란을 안겨주며 숨조차 쉴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6월 11일 개봉 예정.

신혜선·배종옥·허준호… 연기 장인들 만났다
<결백>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신선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등 배우들은 진실을 둘러싼 팽팽한 대결을 펼친다.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신혜선은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결백’을 선택해 서울 지법 판사 출신의 대형 로펌 에이스 변호사 ‘정인’ 역을 맡았다.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정인’이라는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열정을 보여준 신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감독은 물론 현장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스크린부터 드라마, 연극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국민배우 배종옥이 기억을 잃은 살인 용의자 ‘화자’ 역으로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연기 변신에 대한 갈증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힌 배종옥은 데뷔 이례 역대급 변신을 선보이며 눈을 뗄 수 없는 명연기를 선보인이다. 이어 허준호는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마을을 둘러싼 거대 권력의 중심에 서 있는 ‘추시장’으로 분했다. 허준호는 매 신마다 분위기를 압도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증인으로 선 허준호와 그를 심문하는 신혜선의 법정 신은 “총, 칼 없는 전쟁이었다”는 감독의 한마디로 표현될 만큼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할 명장면으로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라이브’에 출연하며 신인답지 않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홍경과 타고난 신 스틸러 태항호, 고창석, 박철민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배우들이 합세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진실이 숨겨진 가상의 도시 ‘대천시’ 탄생 비화
<결백>의 제작 준비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 미션은 바로 ‘장소’이자 ‘공간’이었다. 실제 뉴스에서 접했을 법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현실감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 무엇보다 평범한 시골이 배경이라 마을의 헌팅 과정도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제작진은 보령과 대천(현 보령시)이 통합되기 전, 대천만의 지역 특색을 찾아내 영화와 접목시켰다. 지리적 조건에서 오는 그 자체의 미장센, 특유의 사투리와 개성이 <결백> 스토리를 잘 담아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가상의 공간 ‘대천시’가 탄생하게 됐다. <결백>의 하이라이트 중 백미로 오프닝 신을 꼽을 수 있다. 원 신 원 컷으로 이뤄진 이 장면은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살인 용의자로 몰린 ‘화자’와 아들 ‘정수’를 비롯한 가족들, 장례식에 조문객으로 찾아온 마을 주민들, 그들의 리더격인 ‘추시장’과 주변인들까지 ‘정인’을 제외한 주요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사건의 발단이 되는 농약 막걸리 살인이 벌어지는 현장을 담았다.

박상현 감독과 제작진은 철저한 사전 시뮬레이션과 리허설을 통해 조명의 위치, 카메라의 동선,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단역 배우들의 이동 거리, 대사의 타이밍까지 계산해 충격적인 사건 현장의 모습, 인물 간의 보이지 않은 이해관계와 그들의 성격, 의뭉스러운 마을의 분위기까지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정인’과 ‘화자’,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공간의 구조를 통해 표현한 섬세한 세트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첫 번째 공간은 극 중 ’정인’이 ‘화자’를 마침내 제대로 마주하는 장소로 등장하는 구치소 내 접견실이다. 제작진은 기억을 잃고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에게 느낄 ‘정인’의 막막한 감정, 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 ‘화자’의 고립감을 폐쇄된 공간을 통해 표현하려 힘썼다. 인물에 집중한 빛의 조도, 유리창에 반사된 두 사람의 얼굴, 반사된 얼굴이 겹쳐지는 지점 등에서 관객들도 두 사람의 감정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접견실은 극 후반부 두 인물의 감정이 극에 달하는 클라이맥스 신의 배경이 되는 공간이기에 보는 이들이 ‘정인’과 ‘화자’의 감정을 따라가게 한 프로덕션의 힘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공간은 팽팽한 대립각이 펼쳐지는 법정 세트다. 검사 측과 ‘추시장’ 편에 선 증인들에 맞서 ‘화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정인’의 팽팽한 대립, 긴장감과 뜨거운 울분이 쏟아지는 이 공간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온도와 색감의 변주를 통해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현실감 넘치는 액션신들도 볼거리다. ‘정인’이 단서를 쫓기 위해 벌이는 차량 추격신에서는 차량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촬영에 임했다. 신혜선의 뛰어난 운전실력이 빛을 발해 박상현 감독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겨울 한파 속에 진행된 수중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과거의 사건을 담은 이 장면은 실제 호수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추시장’ 역의 허준호와 스태프들이 종일 물 속 촬영을 진행해 상당한 체력 소모가 있었음에도 영화의 키를 쥔 장면인만큼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Q. 소재로 삼게 된 계기가 신문 기사라고 들었다.
- 실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모티브 했다. 신문 기사가 영화보다 더 재미있더라. 제가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와 실제 신문 기사와는 다르지만, 그 사건이 너무 인상적이라 당시 쓰고 있던 시나리오에 녹이게 됐다.

Q.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관계의 울타리 안에서 가장 가까운 권력인 가족, 따뜻한 울타리가 돼야 할 가족 안에서 감춰진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야기를 선보이려 했다.

Q. 여성 중심의 추적극이다. 이렇게 관계를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 이 이야기의 시작점을 지독하게 죄에 예민한 엄마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고, 엄마와 등진 변호사 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생각해 보니 대다수의 추적 장르가 남성 중심의 서사인 데 반해, <결백>은 엄마와 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엄마라는 여자, 엄마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풀어 간다는 데에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

Q. 배종옥, 신혜선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배종옥 선배님의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꼭 함께 하고 싶었는데 소망이 이뤄져서 너무 기쁘다. 여태껏 보지 못한 또 다른 연기로 영화에 큰 힘을 실어 주셨다. 신혜선 배우처럼 발음이 정확하면서 감정의 템포까지 조절하는 배우가 흔치 않다. 현장에서 눈물의 타이밍까지 조절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Q. 허준호 배우가 대천 시장 ‘추인회’ 역할을 수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설득했는지?
- ‘추인회’는 시나리오 안에서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허준호 선배님은 존재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뿜어 나오는 분이라, 시나리오 쓸 당시부터 떠올렸다. 물리적인 상황과 스케줄 때문에 삼고초려를 해서 여러 번 부탁을 드렸다. 선배님께서도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보시고 마지막까지 일정을 조정한 끝에 출연을 결정하시게 됐다.

Q. 완벽한 로케이션을 위해서 장소 헌팅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장소가 가장 기억에 남나?
- 제일 중요한 장소인 고향집이 헌팅에 굉장히 힘들었다. 그 공간에서 아버지의 흥망성쇠가 다 표현이 돼야 했어요. 특히 원 신-원 컷 촬영이 있어서 복잡하고 어려운 동선이 들어가 있다 보니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서울부터 시작해 남쪽 끝까지 내려갔다. 어렵게 찾게 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Q. 상업영화 데뷔를 치르는 소감과 함께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 긴장되고, 설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결백>은 지독하게 죄에 예민한 엄마와 변호사 딸이 엄마의 결백을 입증하는, 아이러니한 과정 안에서 때로는 유머가 있고 때로는 긴장과 스릴 넘치는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결백을 증명하는 과정 안에서 관객 분들이 느낄 공감을 극대화하고 싶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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